잘못된 주식 스터디에서 체질 개선을 해야 한 수년간의 스토리 1편

랄프's 투자 스토리
필자는 과거에 유료 재테크 스터디에 가입하여 약 3년간 열심히 활동한 경험이 있다.
재테크 투자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던 사회 초년생 시절이었는데, 회사 내에서는 만날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스터디 모임에 묘한 매력을 느꼈다.
코로나의 등장으로 마침표를 찍기까지, 그 모임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많은 걸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당시 필자의 초기 관심사는 부동산이었으나, 호탕하게 투자하기에는 부담감이 있는 영역이라 감질맛 나게 케이스 스터디만 계속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현타를 느끼는 지점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마음은 조바심이었던 것 같다. 아직 공부를 다 하지 않아서 똥오줌도 못 가리는 상태임에도 빨리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만 컸던 것이다.
한편, 부동산 스터디 모임은 주식 스터디와 통합하여 진행될 때가 종종 있었는데, 주식 스터디에서 장을 맡아서 리드하던 고등학교 수학 교사 누나와 어쩌다보니 친해지게 되었다.
그 누나로 말할 것 같으면. 첫 만남 당시, 30대 후반에다가 공무원 특유의 재미없는 패션 감각의 소유자였는데, 직업을 알고 있어서인지, 학창시절 내 가슴을 답답하게 하던 전형적인 빈틈없고 빡센 선생님의 인상이 강하게 느껴졌다.
사실 누나는 그야말로 주식 (단타) 투자에 미친 사람이었다. 스터디 참여자들이 가지고온 추천 종목에 대해서 냉혹하게 비판하다가도, 화려한 언변으로 본인의 투자 방식과 투자 성과를 발표했는데, 그러다보니 나처럼 부동산 스터디에 참여했던 사람들도 어느샌가 주식에 대한 관심이 성큼 커지곤 했다.

능수능란하게 키움증권 HTS(영웅문)에 접속해서 차트에 지지선, 저항선, 맥점 등을 그리고, 각 주체별 거래량 체크, 이동평균선 체크 등 마치 토정비결 풀어내듯이 술술 풀어내는 누나의 '기술적 분석'에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은 놀라움에 감탄하곤 했다.
머지않아 주식 계좌를 개설해서 누나가 설명한 주식을 찾고 실전 투자까지 뛰어든 내 자신을 발견했다. 백날 공부해도 써먹지 못하는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그냥 꾸준히 관심만 가지자, 라고 생각하고 본격적으로 주식 공부에 몰두했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특유의 근성? 책임감?으로 거의 매주 빠지지 않고, 스터디에 참석했었는데, 그러다보니 그 누나의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따라하게 되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시야가 좁아서 크게 의심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누나는 별도의 책 같은 걸 따로 보지 않았던 것 같다. 단지 단타 투자로 유명하다는 모 전문가 한 명만을 신뢰하고 따랐을 뿐이었다. 재무제표나 기본적 분석에 대해서도 수박 겉핥기 정도로 형식적으로만 확인할 뿐, 90% 이상을 차트 분석에 의하여 투자하는 스타일이었다.
누나의 스타일대로 다양한 차트분석 지표(이 기법을 글로 쓰기에는 너무 많아서 다음 포스팅에서 따로 다뤄야 할 듯)를 쓰면서 당일 단타 또는 며칠 단위로 사고팔고 하면서 마이너스와 플러스를 오갔다.
나는 내 실력이 아직 무르익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하면서 더욱더 그 잘못된 공부법을 열심히 했다.(지금은 이렇게 감정이 섞여서 잘못되었었다,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균형이 무너져있었을 뿐, 어느 측면에서는 분명 좋은 공부였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누나는 일이 바빠졌다며 열심히 공부하던 내게 스터디장을 물려주고 떠났다. 나는 더욱 책임감을 느껴서 열심히 기술적 분석을 공부하며 열심히 스터디를 이끌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어떻게 되었냐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예상대로.
단타 투자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공부하면 할수록 나름대로 실력도 늘고 수익률도 좋아지는 기분도 들었지만
분 단위로 차트를 확인하지 않으면 안되는 불안증이라는 병이 생겨버렸다.
단타 투자를 한창 하던 당시 나는 은행 창구에서 일했었는데, 단타 투자가 신경쓰여서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게다가 등 뒤에서 지점장님의 시선이 느껴져서 스마트폰을 편안하게 볼 수조차 없었다. 중요한 금융 업무이다 보니까 실수하면 안 되는데, 주식까지 신경쓰면서 어떻게 일했는지 지금 돌아보면 참 용감했던 것 같다.
나중에는 자동 매도 기능을 통해서 불안감을 조금 내려놓을 수는 있었지만, 세력이 주가를 잠깐 눌러서 매도되었는데 상승 반전한다거나, 개장 전부터 거래량이 폭발해서 상한가를 찍었음에도 자동 매매 때문에 적은 수익률에 청산되고 말았다던가, 돈을 벌건 잃건 스트레스 받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던 단타 투자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건, 2020년 2월 코로나로 인해서 개미들의 곡소리가 시작되면서 부터였다. 마침 고객과 중요한 상담 중이라 옴짝달싹도 못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틈틈이 스마트폰으로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내 몇 달 치 월급이 사라지는 걸 보고있는데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다.
미처 자동매도를 안 했던 종목들, 전의 손실을 만회하려 무리하게 늘린 변동성 큰 종목들, 가치 평가를 생략했던 종목들. 확정적 손실이나 다름없이 와닿는 현실이 부메랑이 되어서 내 삶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음을 느꼈다.
드라마에서 도박이나 주식으로 돈을 날린 사람이 허망한 표정을 짓고 주저앉는 걸 그저 웃어 넘겼었는데, 이제는 내가 그 당사자가 되어있었다.
재테크는 관심없다며 룰루랄라 놀러다니는 친구들을 내려다 보았던 나 자신이야말로 누구보다 어리석었다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이후에 동학 개미운동, 유동성 확장에 힘입어 내 계좌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원래의 건강함을 찾았다.
더욱 다행스러웠던 것은 내가 정신을 차리고 투자에 있어서도 건강함을 추구하게 되었다라는 점이다.
물론 아직도 그 때의 습관이 배어있어서 하루에도 수없이 차트를 체크해보고 있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식의 본질인 기업 가치를 봐야한다는 것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요즘의 나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틈틈이 그 여정을 공유할까 한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투자ㆍ주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자노트] 전기차 배터리 성장과 시장 침투력 증가세 속에서 호실적 발표한 앨버말(Albermarle) 투자 점검해보자 (0) | 2023.02.18 |
---|---|
[투자노트] 다우지수, 나스닥, 개장시간, 거래비용 등 미국 주식 투자 기본 개념과 꼭 알아야 할 상식은 무엇일까? (1) | 2023.02.14 |
[투자노트] 미국주식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앨버말(ALB) 지금 어때? 알버말 간단 정보 정리 (0) | 2023.02.03 |
[투자노트] IT 절대강자, 마이크로 소프트 주가와 배당을 정리해보자!(보유O) (1) | 2023.01.29 |
① 반려동물 고령화 사회 임박!! 강아지, 고양이 영양제 꼭 먹여야할까?! (0) | 2023.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