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보
- 제목 :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 저자 : 이석원
- 출판사 : 을유문화사(2021년 06월 30일)
- 분야 : 국내도서 >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 교보문고 평점 : 9.9
- 랄프의 평점 : ★★★
서평
시니컬을 두 스푼 정도 덜어낸 알랭 드 보통. 자격지심과 박복함을 한 바가지 부은 오쿠다 히데오.
인디밴드(언니네 이발관) 뮤지션 출신이라는 걸 알아서인지, 글도 어딘가가 노래 가사처럼 보여 문장 자체로서는 다소 부자연스럽게 읽힐 때도 있었지만, 그 나름대로의 멜로디는 느껴졌다.(순전히 필자만의 느낌이다)
사실 묵직하게 심금을 울리는 교훈도 없고, 사람과 삶에 대한 통찰이 조금 단순하고 밋밋했지만, 소설이 아닌 '산문집'이라고 엮여있음에 금세 수긍하고, 작가가 제공하는 글맛만으로는 나쁘지 않은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상당히 내면적이고 솔직하고 담백한 문장들이 종종 와닿기도 했다.
책 중간에 가장 불행한 사람 뽑기 대회, 가위바위보를 하는 이야기의 배열이 제일 흥미로웠다.(가장 불행한 사람으로 뽑히면 그 사람은 불행한 걸까, 운이 좋은 걸까?) 멋진 상상력이자, 의외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무드와 맞닿아 있다는 면에서 '신의 한 수' 같은 장이었다. 만일 그 '한 수'가 없이 쭉 이어졌다면 엣지가 많이 없었을 것 같다.
더군다나 작품 속의 두 남녀가 "불행"이라는 화두에 낚시 바늘 걸린 물고기처럼 꼼짝달싹 못하는 박복한 캐릭터들이었기 때문에 이야기의 결도 잘 어울렸던 시퀀스였다.
작가 이석원의 자전적인 이야기인지, 각색인지, 소설인지, 수필인지 분간이 안되는 오묘한 지점도 매력에 일조했고, 읽다 보니 어느샌가 주인공의 심경에 가까이 들어가게 되는 지점이 있어서 글 힘은 분명히 느껴졌다.
중간에 초록색으로 아기자기한 글들이 있긴 했는데, 살짝 새벽 감성 느낌? 이라서 오글거리는 맛이 좀 있었고(좋은 글도 있고, 닭살 돋는 글도 있었다), 두 주인공이 엇갈리는 모습들은 수많은 작품들의 클리셰가 묻어난 것 같아서 살짝 아쉬웠다.
그러나 이 글은 어디까지나 소설이 아닌 '산문집'이라는 대전제가 그러한 소소한 아쉬움에 든든한 완충 장치가 되어준다고 볼 수 있다.
* 요약 : 언니네 이발관의 감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면적이고 솔직 담백한 글맛이 고픈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저자 소개 - 이석원
국내 1세대 인디밴드로 잘 알려진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이자 보컬로 활동하다가 2017년에 20여 년의 뮤지션 생활을 은퇴한다고 선언했다. 현재는 다양한 산문집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자칭 '생계형 작가'로 살아가고 있는 중.
어딘가 모자란 듯한, 특유의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인물인 것 같지만, 실상은 우리나라 음악계에 독보적인 색깔을 남긴 대표 인디밴드를 이끌었고, 잡지사 운영, 와인바(필자의 절친한 친구가 알바를 했었던 쌈지길의 살롱 드 언니네) 운영 등 시대를 앞서나가는 트렌드 세터이자,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천재적인 감각을 갖고 있다(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대표작으로 「실내인간」,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2인조」 등이 있다.
뮤지션 활동 당시에는 스스로 「아름다운 것」을 최애 노래로 꼽았다고 하는데, 필자도 이 노래를 좋아한다.(TMI)
https://www.youtube.com/watch?v=MYYXLw8jRD0
p.139
나 자신을 가꾸는 일이 소중한 이유는 그 일을 함으로써 나와 내 삶이 아직 결론나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믿고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ㅡ <결정되지 않는 삶>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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