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면접을 보러 다니던 취준생 시절, "서비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이 정도면 단골 질문이다 싶어서 나름 정제한 답변을 준비했는데,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철학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던져보곤 한다.
서비스란 무엇인가?
언젠가 서비스 산업의 문제점에 대해서 다룬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서비스 = 공짜" 라는 뿌리 깊은 편견과 잘못된 인식이 문제라는 지적을 담은 기사였다.
요즘에는 제조, 서비스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던 전통적 비즈니스의 경계가 무너져서 어느 부분에서나 서비스가 녹아들고 있는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작은 껀덕지 하나만 생겨도 경쟁력으로 삼는 이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일 것이다.
이를테면, 쿠팡의 로켓배송은 배송 서비스 그 자체와 배송하는 택배기사에게 '쿠팡맨'이라는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부여했다.
이를 통해서 배송이 빠르다라는 이미지(실제로 빠르기도 함), 그리고 명랑하고 쾌활하다는 이미지를 모두 확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서비스가 공짜라는 인식은 그동안 사농공상에서 서비스가 가장 하위에 있다는 오래된 선입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경쟁적인 각개 비즈니스의 성장에 따라서 '공짜' 개념의 서비스가 남발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다못해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만 하더라도 알바생이 손님을 귀찮은 사람처럼 대우하면 소비자 마음속에는 서비스는 역시 공짜여야 해,라는 인식이 또 한 번 굳건히 자리잡게 된다.
어떤 기업이든 마찬가지다. 쿠팡처럼 그 기업의 서비스 종사자에게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GS의 경우에는 알바생에게 '스토어매니저'라는 호칭을 부여함으로써 자신들의 서비스에 책임감을 더한 좋은 사례가 있다.(쿠팡처럼 시스템이 바뀐 게 아닌, 그저 호칭만 바꾸었기 때문에 큰 임팩트가 없는 것일 테다. CJ 택배기사와 쿠팡맨은 약간의 차이점이 있지만, GS25의 스토어매니저와 CU의 알바생은 거의 같은 것과 같은 개념)
작은 부분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문화를 대외적으로도 많이 홍보할 필요도 따라온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 기업의 서비스는 그렇고 그런 서비스와는 확실히 다른 것이다, 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줘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아이덴티티만 부여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한 아이덴티티를 정할 때도 신중을 기해서 정하고,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관리해야한다.
단발적인 조치만으로 차별화는 절대로 생기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오랫동안 관리하고 지켜야만 아이덴티티가 깊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서비스란 무엇일까?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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